청소년 나의산에서 알림장.hwp2011 여름 <나의 산에서 Ⅱ>
귓속을 간질이는 새소리에 눈을 뜹니다. 바깥은 부연 안개에 둘러싸여 여기가 땅 위인지 하늘 속인지 잠시 헷갈렸습니다. 발뒤꿈치에 닿는 풀잎 이슬은 땅의 기운을 몸으로 밀어 넣어 줍니다. 크게 숨을 들이쉬니 달콤하고 신선한 산 공기가 몸 속 구석구석 채워집니다. 텐트와 나무집이 모여 있는 마당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아이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납니다. 벌써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우는 친구도 있습니다. 개울에 고인 물을 조심스레 떠서 쌀을 씻고 감자와 호박도 씻어 놓습니다. 아침을 먹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요. 밥을 짓고 국을 끓이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거든요.
밥 세 끼 해 먹고 나면 하루가 저뭅니다. 하루가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는지 처음 알았어요. 밥 먹을 준비를 하고, 밥 먹고, 설거지하고, 나무집을 짓고 새볕 극장을 만드느라 온 산에 메아리치도록 망치질하며 땀 흘리고, 친구들과 노래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덧 잠잘 시간이지요. 전기도 수돗물도 없는 이 생활이 처음엔 원시인이라도 된 듯 갑갑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알겠어요, 이런 단순한 생활이 나와 친구들에게 주는 어떤 ‘영감’ 같은 것을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오히려 아주 단순한 용기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소중한 친구들을 <나의 산에서>에 초대합니다.
1. 언 제 : 2011년 8월 12일(금) ~ 15일(월), 3박4일
2. 어디서 : 괴산군 문광면 광덕리, 동막골
3. 누 가 : 열네 살부터 열아홉 살까지 청소년 20명 안팎
4. 무엇을 : 나무 집 짓기, 새볕 극장 만들기, 별이 빛나는 밤에, …
5. 진 행 : 어린이문화 사과 교사, 자원교사 10명 안팎
6. 준비물 : 긴 옷, 여벌옷, 씻을 도구, 손목시계, 침낭, 샌들, 운동화, 비옷
7. 참가비 : 25만원어치의 현물, 땀, 현금 그리고 4일치 쌀과 밑반찬
8. 신 청 : 8월 5일까지 / 신협 05029-12-006227, 농협 332-01-007996 어린이문화 사과
9. 만 남 : 8월 12일 낮 2시 새볕 그림책도서관에서 만납니다.
10. 헤어짐 : 8월 15일 낮 2시 (낮 12시부터 가족, 동무, 이웃과 함께 마친보람잔치를 합니다. 음식 한 가지씩 들고 오시면 함께 나눠 먹기 좋겠습니다.)
11. 물어볼 곳 : 043) 832-7984 새볕그림책도서관 / www.beyondy.net
2011년 7월 1일
2011 여름 <나의 산에서>, 이렇게 오세요.
1. ‘새볕 그림책도서관’은 문화예술교육단체인 ‘어린이문화 사과’가 만든 농촌 평생학습 공동체입니다. ‘어린이문화 사과’는 10년 동안 ‘멀티미디어 동화창작교실’, ‘삶을 가꾸는 문화예술교육 - 요리교실, 바느질교실, 목공교실’, ‘연극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나를 돌보고 우리를 키워 왔습니다. 그리고 6년 전 괴산에 와서 달마다, 주마다 ‘신기 짧은학교’와 괴산 주민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정규 운영하고 있습니다.
2. ‘새볕 그림책도서관’은 어린 아기와 눈썹 흰 할머니와 외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그림책을 읽으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배우고 함께 가꾸는 곳입니다. 그림책은 시각이 있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어서 가장 단순한 삶의 가치를 깨닫고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배우는 소중한 가치는 대부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고, 물질이 아닌 사람과 자연의 힘은 농촌에서 꽃피는 것이기에, 우리는 농촌의 삶을 귀하게 여깁니다.
3. 먹을거리 : 2011 여름 <나의 산에서>에서는 마지막 날을 뺀 2박3일을 산에서 보냅니다. 산에 나무집을 지어 그 안에 살림살이를 놓고, 불을 피워 밥을 짓고 산이 주는 것들로 찬을 해 먹으며, 산에 들어있다 나오겠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쌀과 밑반찬을 넉넉하게 보태주세요. 공장에서 된 음식이나 화학조미료가 없는 반찬이면 좋겠지요. 쓰레기를 둘 곳이 없으니까, 비닐에 싸지 말고 통에 담아 보내주셔요. 통에는 이름을 써 주시고요.
4. 잠자는 곳 : 산 속에서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지내게 되어서 집에서보다 밤이 서늘할 것입니다. 침낭이 있으면 챙겨 주시고, 없으면 얇은 이불을 둘둘 말아 가방에 묶어서 보내 주세요. 해가 진 뒤에는 쌀쌀할 테니까 긴 옷, 두툼한 윗도리를 꼭 넣어 주세요. 우리가 지내는 동안 깨끗한 산을 더럽힐 수는 없으니, 썩지 않고 쓰레기가 될 물건들은 가지고 오지 말아야 되겠습니다.
5. 만나고 헤어짐 : 8월 12일 낮 2시 아이들이 새볕 그림책도서관에 모이면 <나의 산에서>를 시작하고, 8월 15일 낮 1시에 마친보람잔치(졸업식)를 하고 마칩니다. 마친보람잔치는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손수 만든 졸업장을 건네고, 캠프에서 만든 여러 가지를 펼쳐 보이며, 함께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부모님이 오신다면 음식 한 가지씩 준비해 와 나눠먹으면 더 맛있고 정겨웁겠어요.
6. 참가비 : 사람과 자연에 기대서,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살겠다는 약속으로 <나의 산에서> 참가비는 집에서 지은 농산물, 일터에서 만든 공산품, 품앗이와 현금 가운데 어떤 것이든, 혹은 섞어서 25만원의 나눌 거리들을 받고 있습니다. 돈과 땀과 물건 사이에 어떤 차별도 두지 않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은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연습일 뿐만 아니라 좋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저희는 믿습니다.
7. 핸드폰, 전자오락기, 참고서나 학습지, 만화책이나 잡지, 엠피쓰리 플레이어, 놀이카드, 건전지로 움직이는 장난감 따위 물건들이나 10,000원이 넘는 용돈은 이곳에 가져올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나의 산에서>에 참가하는 동안 자연과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 온전한 몸과 맘으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연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더불어 창조하는 삶을 향해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