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겨울여행의 첫 번째 발자국을 무위사에서 찍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무위사 극락보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인사드린 뒤, 늠름한 대들보를 바라보고 기둥을 만져보았습니다. 극락보전 뒤쪽으로 예쁜 오솔길이 보이네요. 대나무와 동백나무가 푸르고 반짝이는 잎으로 아이들을 손짓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길로 들어갔어요.
반짝이는 오후의 햇살, 상쾌한 바람 한 줄기도 숲으로 따라 들어왔습니다. 대숲에 숨은 산적이었다가, 산적이 기다릴 걸 알면서 놀라는 나그네였다가, 사슴을 잡는 사냥꾼이었다가 사냥꾼의 총을 피해 달아나는 새끼 고라니가 되기도 하며 무위사 산책길을 다녀왔습니다. 숲에서 주운 대나무 막대기는 겨울여행 내내 우리들 지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강진군 성전면 영풍리 마을회관에 짐을 풀었습니다. 월출산 남쪽 월각산이 바라보이는 수암산 아랫자락에 자리잡은 마을입니다. 조형연 이장님은 회관 앞에서 우리를 맞이하시고 마을의 유래와 전설을 들려주셨습니다. 마을 뒷 산인 수암산 장수와 앞 산인 월각산 장수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데, 수암산 장수가 힘이 세서 산에 있는 바위를 모두 월각산 장수에게 던져 버려 수암산에 있던 바위가 모두 월각산으로 건너갔다고요.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 둑엔 팽나무를 죽 심어 마을 사람들의 평화와 건강을 기원했다는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오백 년 넘은 팽나무는 보호수로 정해 관리한다고요. 신령님처럼 생긴 나무를 올려다보는 아이들의 눈 앞에 갑자기 까치들이 떼 지어 높이 날아오르네요.

선생님들이 저녁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여행계획을 짰습니다. 지도, 관광안내책자들, 참고도서를 살펴보며 가고싶은 곳, 하고싶은 일을 의논했어요. 이야기가 지루해진 재선, 도원, 예리는 거실에 나와 잡기놀이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술래는 잡고 술래 아닌 사람들은 '둠 따따 둠 따' 노래부르며 춤을 춰야 합니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해 저문 시골 골목길에 흩어집니다. 
저녁 먹고 모두모임에서 여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선생님들이 두 차례의 답사를 통해 구상한 계획이 있었지만,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무얼까 궁금했지요. 강진에서는 대여섯 곳, 보길도에서는 윤선도의 흔적을 중심으로, 해남에서는 역시 땅끝과 몇몇 길목을 다녀보자 합니다. "보글보글도 해야잖아요", "목욕탕은 안 가요?" 하하. 꼭 선생님들 속마음을 환히 알고 있는 듯이 그렇게 묻습니다.

일주일 전 <겨울 숲 속 아이들> 이 너무 짧았는지, 일곱 명 중에 여섯 명이 '숲 속'에 왔던 아이들이라 그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집니다. 하루 종일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하네요. 열두시까지 노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간신히 자리에 눕혔습니다. 이장님은 두 시간이 머다하고 오셔서 화목보일러에 나무를 넣어주셨습니다. 방바닥이 뜨거우니 침낭은 아이들 발 밑에서 따로 잡니다.
멀리 왔다는 생각은 어른들만 하는 것인지, 아이들은 여기가 괴산인지 강진인지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바다보다 귤에 더 관심있고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느라 다른 건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적게 와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해요. 실컷 놀고 웃으며 잠든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며 전깃불을 끕니다.

# 모바일로 사진 올리기가 잘 안되네요. 사진 몇 장을 
에 올려두었습니다. 주소를 복사한 뒤 주소창에 붙여넣고 확인해 보셔요.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