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리고 준비했던 <2011 나의 산에서>를 시작합니다.
부모님과 헤어져 다시 가방을 추리고 "산으로 가자!"를 외치고 나니 모든 준비가 끝났네요.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포장된 길, 마을 길, 밭 사이로 난 농로와 오솔길을 삼십 분쯤 걸어서 산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산에 인사했습니다. 산신령님과 산에 사는 동물들에게 잘 봐 달라고 부탁하고, 비구름에게도 우리 노는 모양이 궁금하면 잠깐만 왔다 금방 가라고 전해주었습니다.

오전에 선생님들이 각 모둠 텐트를 한 동씩 설치해 두었습니다. 나머지 한 동씩은 우리가 직접 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가 오네요. 점점 쏟아집니다. 날은 저물고 밥도 먹어야 하고 잠도 자야 하니 텐트치는 것을 미룰 수 없습니다. 비와 땀에 홀딱 젖어서 텐트를 쳤습니다. 텐트 둘레로 물길내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일이지요. 삽, 괭이, 호미, 낫까지 연장을 총동원하여 물길을 내었습니다. 원주에서 온 희서는 산에서 내리는 비는 깨끗하니 좋다고 빙그레 웃으며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저녁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도 비가 계속 왔어요. 텐트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 밥도 설거지도 늦었습니다. 그래서 8시부터 하기로 한 '밤나무 아래'는 하지 않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이 닦고 일찍 자기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비가 와서 바깥에서 놀지는 못했지만 텐트 안에서 선생님들이 회의마치고 들어올 때까지 이야기하며 놀았습니다.


비를 맞으며 텐트를 치고 물길을 내는데 아무도 불평하는 아이가 없었습니다. 선생님더러 텐트를 쳐 달라고 하는 아이도 없었습니다. 비를 안 맞으려고 피하지도 않았고요, 비가 오는데도 개울에서 첨벙거리며 흙탕물을 만들었습니다.
비는 언제까지 올까? 계속 올까, 오다가 말까? 비가 계속 오면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어떻게 펼쳐야 하나? 고민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도 아이들은 이미 개울에서 얼굴을 씻고 옷을 빨고, 개구리를 잡고 풀을 베고, 장화에 물을 넣어 물던지기 놀이를 합니다. 자기들끼리 비가 오면 뭘 하고 날이 개면 뭘 하자고 이미 다 약속이 돼 있습니다.

재민이는 엄마가 보고싶어 두 번 울었습니다. 내일 하루 더 참아보고 정 힘들면 엄마에게 전화해서 목소리라도 듣기로 합니다. 여섯살부터 중학생까지 골고루 있고 5학년이 열 세 명이라 대체로 아이들이 크겠거니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덩어리가 작습니다. 올망졸망해서 한 아름에 너댓 명도 끌어안을 것 같아요. 처음 온 아이들과 여러 번 와본 친구들이 서로 잘 어울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5박6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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